2010.4.7
by 진진
공지사항 / 방명록

공지사항 및 방명록 겸용의 공간입니다.



080518 / 공지
by 진진 | 2009/12/31 23:59 | 잡담 | 트랙백 | 핑백(1) | 덧글(47)
워드 월드 1 / 라이큐
워드월드 1워드월드 1 - 2점
라이큐 지음, 솔 그림/디앤씨미디어(D&C미디어)

가문에서 파문당한, 세상이 '글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살신류 남자 아이와 어떤 계기로 인해 이중인격자로 변해버린 여자아이. 그리고 앞의 남자아이를 극존칭어까지 써가며 보살피는, 그러나 실력만큼은 일류인 피가 이어지지 않은 누나들이 펼치는 전기물…인데 좀 깔게 한 두가지가 아닌게 문제라면 문제인 작품.

소위 먹혀들만한 소재를 끌어온 건 그렇다쳐도, 전개마저 왕도를 벗어나지 못해 식상, 아니 진물이 날 정도로 지겹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 이 소설의 주인공인 파랑은 모든 일에 무관심한 소년입니다. 소꿉친구인 성아 이외는 어떤 이와도 교류가 없고 집은 그저 자는 곳. 학교는 졸업을 위해 다니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장소들. 언제나 무관심한 표정으로 세상 자체를 그저 회색 덩어리로 밖에 안 보는 소년.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로 인해 10살 이후로 세계의 모든 구성물이 글자로 밖에 보이질 않거든요. 책상이면 책상, 딱딱하다, 베이지색, 튼튼하다, 이런 식의 그 구성물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 책상의 형태로써 보이는 식으로(인간도 마찬가지)

자, 이런 소년이 있고 그 소년이 주인공이라면 대체적으로 이런 식의 전개가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나 자신 밖에 모르던 소년이 적을 맞아가면서 주위의 도움을 받아 점점 인간으로서, 나는 혼자가 아닌 걸 깨달아가는 이야기. 또 하나는 점점 무너져가는 현실 속에 자아마저 붕괴되며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 워드 월드는 전자입니다. 전자인데 끝을 향해 달려가는 방법도, 중간중간 숨쉬고 뒤를 돌아보는 때라던가 방법도, 다 어디선가 봤던 것들이란게 문제인거죠. 이런 책을 읽었는데 여기선 이게 괜찮네, 저런 책을 읽었는데 또 저기선 저게 괜찮네. 그럼 막 끌어옵니다. 전체적인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게끔 해서.



장르문학의 범위(솔직히 말해 이 작품을 이 범위에 올리고 싶은 마음은 한치도 들지 않지만) 속하기에 설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설정은 말그대로 설정일 뿐 이야기의 모든 것은 절대 될 수가 없거든요. 막말로 아무리 설정이 3류 고딩 이세계 난입 판타지라 하더라도 '잘 쓰면'(이 단어의 의미 자체는 매우 포괄적이지만) 좋은 작품이 되는 거고 세계관이니 설정을 몇년에 걸쳐 세밀하게 짜놨어도 이야기를 이상하게 이끌면 그저 3류 양아치 소설 밖에 안되는 것처럼요. 사실 이야기라는 거, 누군가의 것을 보고 거기서 끌어올 수 밖에 없습니다. 글을 쓰는 데 다른 이의 작품을 단 한편도 안 읽고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절대 무리에요. 오죽했으면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다른 작가들의 장점을 흡수하라고 까지 할까요. 문제는 흡수를 하는 건 좋은데 그걸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겁니다. 안그럼 그게 글일까요? 마치 하기는 귀찮고 널려는 있으니 이곳저곳에서 ctrl+c -> ctrl+v를 해 짜집기한 레포트나 마찬가지지.

비교를 하기엔 그렇지만 비슷한 레이블로 예를 들자면 물건너에서 나온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이란 작품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병약한 미소녀와 마찬가지로 몸이 약해 입원한 소년 사이에 일어나는 애틋한 사랑을 주요 테마로 다룬 작품인데, 이 작품도 설정 자체는 무난하다 못해 한 눈에 봐도 딱 전개가 예상되고 결말이 눈 앞에서 그려지는 그런 작품입니다. 그런데 왜 이 작품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되고(저 또한) 화자되는 갈꺼요? 다른 거 필요없습니다. 독자가 빠지다 못해 너무 안타까워서 어쩔 수 없을 만큼의 필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으니까요. 멀리 돌아갈 것도 없이 같은 레이블에서 나온 해한가를 보도록 하죠. 이 작품이 다루는 주제또한 진부하기 그지 없는 겁니다. 모든 사람은 외롭다. 혼자여도 외롭고 둘이여도 외롭다. 왜냐하면 둘이 됬든 셋이 됬든 나라는 존재는 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 사랑이라는 힘으로. 이 보편적인 주제를 가지고 5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끈질기게, 진득하다 싶이 풀어낸 해한가는, 단점이다 싶은 부분을 오히려 계속해서 끌어내고 다루어 장점으로 바꾼 작품입니다. 맛이 강렬해 처음 먹어보면 앞으로 잊지못할 음식처럼(물론 이 강력한 맛을 계속해서 음미할 수 있을까 하는 단점도 있지만 이건 다른 얘기니 다음번에)


그런데 이 워드 월드는 이야기를 하는 방법과 이끌어가는 힘에 관해서도 개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 식의 전개를 펼쳐나가고 있으니… 차라리 무난한 설정을 이끌어 왔으면 이걸 더 발전시키거나 꾀어서 설정만으로도 이야기가 가능한 시점까지 끌어올리던가(완성도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 작품만의 특색은 생길테니까) 아니면 이야기를 자기만의 개성을 살려 이끌던가... 이도 저도 아닌게, 꼭 대충 그럴싸하게 보이는 비빔밥을 맛있는 줄 알고 먹었다가 실망해 꾸역꾸역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더 파악(깔거리)하기 위해 끝까지 참고 읽은 게 용이할 정도. 작품 자체가 안드로메다로 날라가 있어 까고 싶은 마음 조차도 들지 않았던 마부라호보단 낫지만... 실상은 거기서 거기란 느낌.

한마디로 말해 어떤 설정을 가지고 끌어오던 간에, 이야기를 잘 해야 한단, 기본 중에 기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망만을 잔뜩 준 채 말이죠.
http://thebluesky.egloos.com2009-11-06T11:03:400.3210
by 진진 | 2009/11/06 20:06 | 트랙백 | 덧글(2)
올라 갑니다.
이제 7개월 남았습니다. 7개월. 군에 가기 전에 막 카운트 달고 혼자서 자폭하며 지내다가 훈련소 가고 자대 배치 받은 뒤에 벌벌 떨면서 신병위로휴가 나왔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어떻게 시간은 흘러가네요. 물론 남은 7개월도 엄청 긴 시간이라 가서 고생은 좀 더 해야겠지만요ㅠ_ㅠ

그나저나 이번 휴가는 쉬러 내려왔다기 보단 뭔가 지르고 정리하러 온 느낌이 더 강한 휴가였습니다. 포스팅을 따로 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밑에 있는 사진에서 PSP도 추가. 이것저것 샀는데 이건 다음 휴가 때 즐길 수 있겠죠. 엑박도 스피커도 노트북도 제 값 하는 느낌. 사길 잘했습니다 정말로. 다음 번에 나오면… 이건 여행자금이 되...겠죠?

사람 만나는 것도 즐거웠고(고생한 지인들에게 감사&사죄의 말씀을(…) 먹는 쪽은 몸 상태가 별로 안좋아서 그다지 신통치 않았지만 마지막에 다 와서 먹은 꽃등심이 기억에 남네요.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은 이런 때 써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렇게 보고 싶어 벼루고 있던 다크나이트와 추격자를 봤는데 명불허전이였습니다. 자세한 감상은 다음 번에 쓰거나, 아님 안쓰겠죠.

△이번 휴가 때 아버지와 같이 간 부산 해운대의 달맞이 길 풍경.



어쨌든 즐거웠습니다. 다들 몇개월 뒤에(!) 뵈어요><
by 진진 | 2009/09/10 08:58 | 일상 | 트랙백 | 덧글(12)
GOTH 리스트 컷 사건 外 / 오츠이치
△위의 두 작품은 원작. 밑의 두 작품은 원작을 만화화한 것(GOTH는 박스 세트에 만화가 포함되어 있다)


GOTH 고스 : 리스트 컷 사건(소설 만화 / 오츠이치 오이와 켄지) 9.5점
실종 홀리데이(소설 / 오츠이치) 7.5점
너밖에 들리지 않아(만화 / 기요하라 히로) 8점
실종 홀리데이(만화 / 기요하라 히로) 7.5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겪는 상처, 아픔. 그로 인해서 나오는 애절함. 혼자 있다는 외로움 쓸쓸함. 이와는 반대로 예리한 칼날로 그어진 상처의 단면과 같은 날카로움. 거기서 나오는 섬뜩함. 이 모든 것들이 따로 나오거나 묘하게 섞여 나와 하모니를 이끌어내는(긍정적인 의미에서) 오츠이치의 작품들과 원작 내용을 만화한 것들입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마다 '저 오츠이치 팬이에요!' 라고 했었는데 고스는 이제서야 다 읽지 않나, 이번에 새로 발간된 것도 모르고 있었고(베일) 만화한 것들도 막상 나오서야 알게 되다니. 전화 말고는 다른 방법도 없었지만 조금은 반성. 이래서야 팬이라고 하기 힘들죠.


어쨌든 간략하게 감상을 말하자면 기다렸던 보람이 있었습니다. 만화한 것도 어떨려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작품의 분위기와 맞아서 마음에 들었었고요.(…판치라 만화로 변절해버린 네X티브…가 생각나네요. 원작은 정말 좋았는데) 고스는 '인간을 처형하는 도구나 고문 방법 등에 흥미를 갖고, 살인자의 마음을 엿보고 싶어 하며, 인간의 암흑에 심취한 사람' 인 요루와 '나'의 이야기를, 실종 홀리데이는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싶어져 가출을 결심한(!) 대부호의 딸 이야기를, 너 밖에 들리지 않아는 사람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원하는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츠이치의 작품들은 매 작품들이 일정 이상의 퀄리티로 계속나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다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확실한 대표작을 뽑기가 힘들다는 단점 또한 있습니다(게다가 장편 쪽 보단 단편 쪽의 퀄리티가 더 높은게 사실이고요) 하지만 오츠이치를 백(白)의 오츠이치와 흑(黑)의 오츠이치로 나누고 백(白)쪽이라 할 수 있는 실종 홀리데이와 너밖에 들리지 않아 쪽이 그 수준에 올라서기 힘들었다면(물론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확실히 흑(黑)쪽이라 할 수 있는 GOTH는 이 계열 대표작으로 뽑아도 상관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단순히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그런 것이 아닌(이 살인 행위 자체에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아니, 의미가 없기 때문에 죽인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걸 멀리서 바라보며 사는 것이 그저 좋을 뿐인 아이들의 이야기. 둘이 비슷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 쪽이 조금 더 오츠이치와 같단 느낌?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특히 '흙' 편에서의 엔딩 장면은 당분간 뇌리에서 떠나가지 않을 듯 합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곁에서 있는 것보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게 이만큼이나 무섭고 싸늘할 줄이야… 확실히 분위기 면에서는 다른 작품들이 따라 올 수 없는 느낌마저 듭니다.

원작을 만화한 GOTH와 실종 홀리에디 너밖에 들리지 않아 같은 경우는... 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전체적인 퀄리티 면에서는 기요하라 히로씨가(실종 홀리데이와 너밖에 들리지 않아) 괜찮지 않았나 싶은데(쿠니코가 이렇게나 귀여웠었나요? 원작에서의 느낌은 어방한 모습은 같지만 좀 푸식푸식(?)한 분위기였는데요) 캐릭터 표현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순간순간 보여지는 섬뜩한 모습은 GOTH를 그린 오이와 켄지씨 쪽이 더 어울린다고 봅니다. 후기를 보니 제가 정말 사랑해마지 않는 단편인 '읽어버린 이야기'의 만화화를 오츠이치씨가 원했던 거 같은데... 만화화 하긴 좀 고역스러운 작품이긴 하지만 꼭 나왔으면 하네요ㅠ_ㅠ. 정말 그럼 사랑해 줄 겁니다. 차라리 오츠이치의 전 작품을 백(白)쪽의 것들은 기요하라 히로씨가, 흑(黑)쪽의 것들은 다 오이와 켄지씨가 만화화 해 줄 수 없을까요? …물론 꿈 같은 이야기인건 맞지만요.


어쨌든 한 출판사가 아닌 여러 곳에서 계속해서 오츠이치씨 책이 나오는데 그만큼 한국에서도 오츠이치의 글이 통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장점도 확실히 있고 단점도 확실히 있는 작가인데 이렇게 작품들이 계속 발간되는 걸 보니 기쁘기만 하네요. 이제 들어가서 베일(왠지 미처 죽지 못한 파랑과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아니, 어둠 속의 기다림 쪽일려나요?)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by 진진 | 2009/09/10 08:31 | 취미 | 트랙백 | 덧글(2)
담배에 대한 환상
…을 가지고 있다라고 하면 대부분의 이는 이렇게 말하겠지. '담배? 그거 환상 가질 필요없어 피지마. 안피는 게 최고야' 라고.

어렸을 적(지금도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에는 담배는 무조건 안 피는게 최고라고 생각했다. 당연했다. 주위 친구들이 싫어했고 나 자신 또한 담배 냄새를 매우 싫어했으며 또한 어른들이 피우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근데 졸업을 하고 미성년자라는 딱지를 떼어낸 이상 담배를 피우는데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었고, 몇 번 정도는 피워볼까 말까 고민아닌 고민도 했었다. 기호식품이기에 내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었지만 뭐랄까… 딱히 계기도 없었고 그동안 안 피던거 어른이 됬다고 해서 피기엔 좀 그래서 그냥 피우질 않았다. 근데 그게 군에 오면서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흔히들 군에 와서 담배 배우는 것 만큼 안좋은 경우는 없다고들 한다. 주변의 말도 그랬고, 군에서 들은 얘기도 그랬고, 내 생각또한 그랬으니까. 근데 이등병 시절, 정말 힘들었다. 매일마다 하는 집합. 욕, 갈굼, 그리고 이어지는 폭력. 그런게 계속 이어지다 보니 차라리 욕을 먹고 자는 게 마음이 편했고 반대로 욕을 먹지 않으면 또 어떤 일로 집합하게 될까 두려워 긴장의 끈을 잠시도 놓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긴장의 끈을 조금이라도 놓게 해줬던 시간은 막간을 이용해 담배를 입에 물고 있을 때 밖에 없었다. 나야 비흡연자였기에 가까이 있지는 못하고 수많은 흡연자 옆에서 멀뚱히 하늘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지만. 옆에 있던 후임이 손에 담배를 쥐고, 불을 붙인 뒤 한 모금 가득히 연기를 들어마신뒤 뿜어냈다. 연기를 뿜어내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후임과 하늘로 사라져만 가는 담배 연기. 그 안에는 그동안 받아왔던 스트레스와 고통과 애환을 담겨있을 터였다. 살다가 처음으로 담배가 '땡기던' 날이였다.

차라리 사회였으면 잠을 자던지 게임을 하던지 사람을 만나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었건만, 군에는 그런게 없었다. 옛날보다는 군이 편해졌다고 하지만 군은 군이였고 난 여전히 이등병이였으니까. 전화를 걸어도 걱정을 끼칠 수 없었기에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쥐어짜며 수화기를 들고 이야기를 꺼냈다. 가식이라 하기엔 애매하지만 약간 투명한 막으로 내 자신을 감싼채 대화하던 그때, 정말 담배가 피고 싶었다.


…이야기가 조금 샛길로 들어섰지만 어쨌든 계기는 확실히 생긴 셈이다. 그럼 피우면 되지 않나- 싶은데 그게 은근히 안되더라. 일단 군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때는 지났고,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마이페이스이긴(!) 하지만 은근히 그런거 신경 많이 쓴다)에 돈과 건강. 흔히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고 하면 꼭 따라붙고 필수적으로 강조되는 것들 때문이다. 근데 이런 생각도 든다. 담배를 피워서 건강이 안좋아지고 암도 얻는다는데… 그런식으로 생각하면 담배는 인간이 겪게 될 수많은 죽음으로 가는 길 중의 하나일 뿐이고 돈 같은 경우에는 극단적인 소리일 뿐. 평균 담배 소비량으로 따져서 1년에 얼마 정도의 돈이 들어가는데 이게 쌓이고 쌓이면 큰 돈이라고. 근데 내가 담배를 안 핀다고 해서 그 평균 소비량만큼 드는 돈을 따로 모아 놓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단순히 여러 기회비용 중 하나의 선택이고 거기서 나온 결과일 뿐이다.

이렇게까지 자기자신을 납득시켰겠다 이젠 담배를 하나 산 뒤 불을 붙여 연기를 머금기만 하면 된다. 근데 하나 큰 문제가… 내가 담배 연기를 아주 싫어한다. 정말로. 이게 무슨 소리냐. 그렇게까지 담배를 피우고 싶어하는 녀석이 담배 연기가 싫어서 피우지를 못하다니. 이건 마치 라면을 먹고 싶어 죽을려고 하는 녀석이 라면 수프는 너무 맵고 몸에 안좋기 때문에 못먹는 거랑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 정도면 아이러니의 극치다. 연기를 옆에서만 맡아보고 실제로 들이켜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다른지, 실제 느낌은 모르겠지만 연기를 싫어하는 건 확실하고... 그럼 조금 더 약한 걸 찾아서 피워볼까? 아, 정말 담배에 중독성이 없다면 호기심 삼아 피워보고 끊으면 되는데 주위 담배 피는 이들은 모두가 다 이구동성으로 '담배 끊는 방법은 애초에 안 피는거야'라고 하고 있으니 피기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되고… 차라리 아버지가 담배를 끊으실려고 잠시 손에 대셨던 모조담배 같은 거나 써볼까? 근데 담배를 피우지도 않던 녀석이 그걸 쓸 이유는 없어보이고.(옛날에 호기심으로 아버지 모조담배를 써본적이 있었는데 시원했었다)


담배를 피운다 한들 주위에 피해를 안주면 되는 것이고(이건 모든 경우에 속하는 거지만) 확실히 스트레스를 풀거나 담배를 통해서 쌓여가는 남자 간의 우정. 그리고 담배 연기에 담아 보내는 삶의 애환, 불안함. 故김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의 가사처럼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같이 하루하루가, 삶이 흘러가는 것인데…… 한 번 사는 인생. 공원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담배를 피우며 허공을 바라보는 맛 정도는 알아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한다. 물론, 이런 나의 모든 생각과 말들은 담배를 피워보지 않았기에 오는 환상임이 분명하지만.

by 진진 | 2009/09/08 18:56 | 잡담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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