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4.7
by 진진
더블브리드 / 나카무라 에리카

더블브리드 1~10(完)
나카무라 에리카 저/타케히토 그림/김영종 역 | 대원씨아이(단행)(대원키즈)


(이 감상문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옛날부터 더블브리드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조금 무겁고 암울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거다' 라고 했습니다만 그 뭔가는 바로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든 입장을, 상황을 뛰어넘어 상대방의 뭐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 혹시나 싶어서 1권부터 작가후기를 쭉 읽었는데 바로 1권 후기에 작가의 담당자 분이 써놓으셨네요. '이 작품의 근저에 있는 것은 사랑입니다!' 라고.


상처투성이가 되고 서로를 죽이려 들며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어떻게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종의 차이로 인한 오해, 불만, 끝없는 싸움. 그 가운데에서 싹트는 사랑이란 감정. 그러나 애초부터 시작점이 달랐기에 그런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감정이 정말 사랑이란 건지 아님 그저 호감에 그치는 건지, 어떻게 할 수 없는데 막연히 상대방에게 가는 관심. 그렇게 서로를 알아 가는데 많은 시간과 많은 사건을 겪고 결국엔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도 물러서는 것이 아닌 당당히 맞서고 솔직하게 전진하고 때로는 상처입고 울고 원망하면서도. 그렇기에 그로테스크하고 그저 하염없이 어둠 속을 향해 나가는 듯 하면서도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더블브리드란 작품 안에는 사랑이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일 애정이 듬뿍 들어간 커플은 토라지와 안도 커플. 널 좋아하니까 잡아먹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널 볼 수 없기 때문에 잡아먹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가끔씩 일어나는 충동은 참을 수 없다 - 라며 고민인지 푸념인지 모를 말을 늘어놓는 토라지에게 '응' 이라고 대답을 하는 안도. 사실 누구에게나 있는, 감춰져 있겠지만 상대방을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감정 속에는 그 사람을 아예 자기 것으로(거칠게 표현하자면 존재 자체를 없애버려서 자기 안에만 놔두고 싶은) 만들고자 하는 '강한 욕구' 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토라지 같은 경우엔 워낙 솔직하게 살아가고 자기 자신에 대해 속이는 일이 없기에 그걸 잡아먹고 싶다고(원래 있는 아야카시로서의 본능과 함께) 표현한거겠지만 보통은 이런 식으로 말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걸 '응' 이라고 대답하는 일 자체도 없기에 뭔가 참… 조마조마하고 막 귀여워하면서도 애정을 쏟아 넣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유우키와 타이치로의 경우엔… 정말 좋아하고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원체 제가 해피엔딩을 지향했기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안타깝지만 조-금은 떨어져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요. 만약 이 조금의 마이너스(?)적인 감정을 플러스 쪽으로 돌려 이들을 바라봤다면 슬퍼져서 당분간 멍하게 지낼지도 몰랐겠지만.



마지막 권의 작가 후기에서 작가는 자기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으로 끝냈다고 적어놨습니다. 정말 해피엔딩인걸까요, 아님 베드엔딩인걸까요. 머나먼 길을 돌아서 오긴 왔지만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단 점에서는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기왕 몇 년씩이나 기다려 왔는데 좀 더 좋게 끝낼 순 없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살짝 있습니다. 물론 작품의 중반부부터 '이 작품은 절대 해피엔딩으로 끝날 리가 없다' 라며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읽었기에 이 정도만 해도 만족스럽긴 합니다만. 이렇게 되면 해피엔딩이 뭐고 베드엔딩이 뭘까- 하는 원초적인 질문까지 하게 되네요. 작가가 해피엔딩이라 해놨으니 해피엔딩인걸까, 독자인 제가 보기엔 이건 좀 아니니 베드엔딩인걸까 하는. 뭐, 표지의 온화하게 웃는 유우키를 보고 있으려니 어떠려니 싶습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웃으며(그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울음과 쓸쓸함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끝을 냈으니까요.


어쨌든 이렇게 많은 사람과 사람이 아닌 이종의 싸움과 다툼, 오해, 반목 끝에 사랑이란 감정을 깨닫게 된 하나의 이야기가 막을 내렸습니다. 어떻게 되도 앞을 바라볼 수밖에 없기에 전진하며 각자의 삶과 죽음은 각자만의 것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안타깝고 슬퍼하면서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던 이야기. 그렇기에 약 10여년 가까이 이어져 오면서도 사람들이 기다리고 읽지 않았나 싶습니다.
by 진진 | 2009/04/20 23:10 | 취미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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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진진 at 2009/04/20 23:12
혹시나 싶어서 찾아봤는데 외전도 국내에 정식발매 되는 것 같더군요^^ 나온다고 해도 금방 못 읽는 게 가슴이 아프지만요. 참고로 다른 의미에서 제일 좋아했고 즐거워했던 캐릭터는 땅콩 중독자씨. 외전에는 다른 커플들 이야기도 좋지만 오오타 이야기도 좀 실렸으면 하네요:>
Commented by daybreaker at 2009/04/21 00:07
사실 더블브리드는, 내 취향이 아냐. 너무 절망적이라. 같은 이치로 최종병기 그녀도 싫어했어. 절대최강의사랑노래. 세상최고의NG인 사랑. 이런느낌이랄까? 어떻게보면 '세상이 거부하는 사랑', '세상이 환영하는 사랑'이런 테마라면, 난 그런'세상이 거부하는 사랑'의 테마는 미안할정도야. 그래서 더블브리드처럼 만신창이가 되어가면서까지 사랑하는 그런 모습은 좀 미묘하네.
Commented by 진진 at 2009/04/21 05:29
세상이 거부한다기 보단 거부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어… 그래서 더욱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또 만신창이가 되고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면서도 내일(결코 밝지도 않은)을 향해 걸어가고 감정을 알 수 있다는 부분도 좋았고.
Commented by Resi at 2009/06/24 15:17
타이치로는 히로인(..)인데도 도우지기리에 잠식되어 있던 시기가 조금 있는데다, 유우키도 잊고 지냈던지라 그런지 왠지 10권에선 비중이 코우만도 못 했던 것 같더군요 o<-<
Commented by 진진 at 2009/06/25 08:52
예, 확실히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지만 타이치로가 잠식되어 있던 시기가 좀 길었어요. 조금만 더 빨리 몸을 끌어내 어떻게 더 부딧치거나 이야기를 더 만들어 냈었으면 결말의 감동이 좀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아, 히로인 확실히 히로인 맞죠 타이치로(…)
Commented by 나라고해두지 at 2009/10/03 20:21
정말 읽으면서 눈물이다났습니다;;
외전은언제나오는지;;
Commented by 진진 at 2009/11/06 19:47
국내에 외전이 발매된다고 하던데 언제쯤에 될런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의미에서 애증이 가는 작품입니다: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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