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4.7
by 진진
미처 죽지 못한 파랑 , 어둠 속의 기다림 / 오츠이치
미처 죽지 못한 파랑
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 저/김선영 역 | 북홀릭



두 권 다 오츠이치가 하고자 하는 말을 마음껏 나열한 책들입니다만 미처 죽지 못한 파랑이 전초전이였다면 어둠 속의 기다림은 본격전 같은 느낌입니다. 늘 그랬듯이, 외로움과 쓸쓸함과 그로 인해서 나오는 고통. 사람 사이에서 나오는 오해. 가슴 시리도록 얻게 되는 깨달음이 주요 내용.

사실 작가후기에서도 나오는 얘기지만 어둠 속의 기다림의 내용은 원래 미처 죽지 못한 파랑에 수록될 예정이였습니다. 인물만 바뀐채 어둠~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파랑~의 후반부에 녹아있는 형식으로요. 그러던 것이 사정상 쓰지 못하게 되었고 '소재의 재활용은 열심히─' 라는 오츠이치의 판단에 따라 따로 나오게 된 겁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도 이런 소설 많이 부탁드립니다. 정말로요.



미처 죽지 못한 파랑은 남들보다 그저 조금 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소년 마사오가 어쩔 수 없는(사실 이 부분이 가장 무섭기도 하고 잔혹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분위기로 인해 자신은 상처입어야 되는 것이 마땅하다, 자신은 패배자로 조롱받으며 살아가도 마땅하다 라며 스스로를 어둠 속으로 몰아가는 장면을 차가운 시선에서 바라본 작품입니다. 굳이 마사오가 다니는 학교가 아니더라도 이런 분위기와 이야기들은 어디서나 한 번쯤은 봤을 겁니다. 그가 누구든,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간에. 다가갈 필요 없다. 모두가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모두가 나를 이렇게 대하지만 상관없다. 지금은 힘들지만 어차피 앞으로 그렇게 이어질테니까.

이런 평온 속에 숨겨져 있지만 잔혹하기만 한 이야기를 좀 더 확장시키고 더 날카롭게 다듬은게 어둠 속의 기다림입니다.


사고에 의해 빛이 있던 세상에서 어둠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 미치루. 그에겐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고양이처럼 웅크려 거실 한 가운데에서 온기를 쬐는 것이 하루 일과중의 하나.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가 이끌어줘 먹을 거리를 사러 나가는 것이 세상과의 유일한 접촉. 미치루는 그렇게 세상과의 거리를 멀리한 채 조용히 죽어가길 원합니다. 이대로 늙고 늙어 조용하고 평화로운 소멸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반대로 세상과 이어져 있지만 세상 속에 나 홀로 살아가는 이가 있습니다. 미치루가 그렇게 상황이 만들어 졌기에 단절을 원하고자 했다면 이 사람은 본인 스스로가 세상과의 단절을 원했지요. 사람과는 가까워 지고 싶다. 하지만 무섭다. 상처입을까봐. 그렇다면 처음부터 사람과 접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라는 식으로.


그런데 이렇게 세상과의 단절을 원했던 자들이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어느 날 벌어진 살인사건에 의해 몸을 피해야 했던 아키히로는 일부러 눈이 먼 여자 혼자 사는 집을 골라 숨어 살기로 했고, 그 집이 아무도 없이 혼자서 지내던 미치루의 집이였단 거죠. 어둠 속에 조용히 묻혀 죽어가고자 했던 여자와 세상과 떨어지길 원했고 조용히 살아가길 바랬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일에 의해 어둠 속에 몸을 묻어야 했던 남자와의 동거. 서로를 알고는 있지만 피해를 입히긴 싫었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있으면서도 없는 척 지내는, 그런 나날들이 흘러갑니다. 분명히 서로의 호흡을 알고 있었고 미약하지만 흐르는 온기도 느끼고 있었건만.

그렇게 미처 죽지 못한 파랑의 마사오도, 어둠 속의 기다림에서 나오는 미치루와 아키히로도 어둠 속에 묻히고자 합니다. 타인에 의해서도 있고 사고에 의해서도 있지만 어느 정도 체념한 자기자신에 대해 실망과 납득을 하며 조용히 어둠이란 방을 향해 한발자국씩 한발자국씩.

하지만 결국 깨닫게 됩니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라며. 당연합니다. 사람과 알게 되어 상처입고 후회하고 눈물을 흘릴 일도 많겠지만 어차피 그렇게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얻는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사랑스러움과 애정을 깨닫는 법이니까요.



'사랑스러움이 가슴에 가득했다. 그에게 경찰에 가도록 권하거나 신고를 해야만 한다. 그렇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제 속으로는 그가 있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바로 조금 전인지, 아니면 스튜를 처음 만들어 주었을 때인지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줄곧 따스한 마음으로 그와 침묵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부엌 바닥에 멀거니 서서 깨달았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어떤 일이 원인이 되었든 간에 가까이 가고 싶지만 못가고,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가면 상처입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러면서도 가슴 한켠에서 밀려오는 외로움. 그런 감정들에 대해 안타까워 하면서도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는, 조용하면서도 쓸쓸한 모습. 저도 그랬고 누구든 그랬으며 앞으로 또 누군가가 겪어야 할 모습. 인간이란 동물은 평생 외로움이란 존재를 껴안은체 살아갈 수 밖에 없기에, 너무도 평범하고 평범해서 깨닫지 못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by 진진 | 2009/05/07 17:27 | 취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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