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4.7
by 진진
스킵 턴 리셋 / 기타무라 가오루
리셋리셋 - 7.5점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고주영 옮김/황매(푸른바람)

스킵 8점
7점


시간과 사람이라는 주제로 풀어낸 기타무라 가오루의 3부작 시리즈.


스킵은 어느 날 '나'가 눈을 떠보니 몇십년 뒤의 '나'로 되어 있어 일상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턴은 어느 날 사고에 의해 똑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나'의 이야기를, 마지막 권인 리셋인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고, 환생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모습을 다뤘습니다. 3부작이라고는 하지만 시간과 사람이라는 틀만 같을 뿐, 배경도 인물도 이야기도 결말도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꼭 처음부터 보시기 보단 취향(?)대로 골라 읽으셔도 상관없긴 합니다. 실제로 각 권이 완성된 시간 차도 꽤 나는 편이고요.



스킵은 학교 선생님으로서, 턴은 시간의 굴레에 갇힌 채 차분히 맞서 나가는 판화가로서, 리셋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무력 앞에 그저 숨 죽여 있을 수 밖에 없는 학생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이 일상(각각의 차이는 크고 이것에 대해 일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조금 애매하지만)의 비율이 좀 큰 편입니다. 큰 사건이 연속으로 막 일어난다기 보단 처음 발동 -> 그리고 이어지는 긴 일상 ->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나오는 자그마하지만 잔잔한 감동- 으로 끝이 나는 편인데 이게 사람들의 호불호를 꽤 가르는 듯.

스킵 같은 경우야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었던 학교 생활이 중심인 만큼(소설 상에서는 선생님으로서의 입장이지만) 나름대로 꽤나 이해가 가기도 하고, 우왕자왕했지만 결국 적응해가며 의욕적으로 아이들을 이끌려고 하는 주인공이나 그에 맞춰 움직여 주는 아이들을 보며 뭔가 모르게 솟아오르는 사랑스러움을 느끼며 그때의 추억을 떠올려 보는 나름대로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쳐도, 턴의 판화가로서의 삶이나 리셋의 전쟁 상황 같은 건... 솔직히 이해 하기가 힘들거든요. 물론 자기가 겪은 것만이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소설만 읽는다 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되는 소리기도 하지만(소설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가 자기가 경험하지 못했던, 생각치도 못했던 삶과 일상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이 시리즈는 일상이라는 평범하고도 실상은 풀어내기 힘든 이야기에 거의 모든 것을 집중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동도 꽤나 크게 다가오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개인적으로 읽어나가는 재미가 가장 좋았던 건 스킵 > 턴 > 리셋 순이고 반대로 결말의 감동 쪽에 있어서는 리셋 > 턴 > 스킵 순이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턴이 가장 좋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 쪽은 스킵 아니면 리셋 쪽에 마음이 끌리네요. 리셋의 결말이 좋았던 건, 역시 이야기를 끝내기도 좋고 감동을 이끌어 내기도 좋은 환생이란 소재 때문일지도 모를 겁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을 겪지도, 이해 할 수도 없는 입장이기에 읽는 건 조금 지루하게 읽었지만서도.


이렇게 조금은 지루하고도 밋밋하게 사람을 이끌어 가는 일상이라는 파트는, 반대로 보자면 그만큼 더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던 거 같은데. 이 작가, 정말 글을 '예쁘게' 씁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놀라 작가 프로필을 보고 남자인 걸 확인하고 또 읽다가 놀라서 확인하고. 시에서나, 다른 소설 상에 결정적으로 나올 듯한 문구. 보고보고 곱씹어 봐도 예쁘게, 정감있게 표현한 말들이 심심치 않게 튀어 나옵니다 정말.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듯한 문구. 거기에 발견되는 어떤 사랑스러움 정감어림등이. 그렇다고 해서 이끌어 가는 힘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프로필에서 보니 학교 선생님을 하셨다는데, 그럼 납득이 가네요. 특히 스킵 같은 경우엔 글 쓰면서 자기 옛 생각을 많이 했었겠죠. 감정 이입도 많이 했을테고.


어떻게 보면 쉽게 접근할만한 소설은 아닙니다. 주제 자체도 대중적이고 순간순간을 보면 예쁘게, 너무 농밀하다 싶을 정도로 글이 쓰여져 있지만 그게 한 부분도 한 권도 아닌 시리즈 전체에 이어서 있기에 조금은 지치고 밋밋한 감이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도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소설인거 같습니다.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일상이란 화두를 예쁘고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는 작품또한 얼마 되지 않거든요.


http://thebluesky.egloos.com2009-09-05T01:30:530.3810
by 진진 | 2009/09/05 10:31 | 취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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